표류 · 여정 · 풍경 
drift · journey · sceneray ─ Solo exhibition​​​​​​​
스페이스 엄 Space Um, 2024. 7. 17 - 7. 23.
전시서문
스페이스 엄 엄윤선 대표


현대 한국화는 기존 수묵화나 민화 같은 기존 전통회화의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특히 재료와 기법으로 장르를 논하는 게 고루한 발상이 되어버려 캔버스에 유화를 사용하든 종이에 연필을 사용하든 작가가 ‘한국화의 정신으로 작업했다’고 말하면 한국화로 분류되는 카테고리의 개방성을 가져왔다. 이런 시대적 변화로 생각의 박스를 제거한 다양한 한국화 작품들을 보게 되는 건 참 즐거운 일이다.

한혜수 작가는 스스로를 동양화 작가라고 칭한다. 최근의 추세가 ‘한국화=동양화’ 로 인식하는게 보편적이지만 엄밀히 말해 동양화는 한국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의 회화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므로 작가가 의도적으로 ‘동양화가’라는 호칭을 사용한다면 그녀가 연구하는 대상이 좀 더 광범위함을 짐작케 한다.

사실 관객들은 한혜수의 작품을 보며 종종 일본의 전통화인 우키요에를 떠올린다. 색의 사용이나 파도의 형태도 그러하거니와 특히 우키요에가 회화의 대량생산을 위해 목판화로 제작되면서 선을 강조하는 성향이 있는 것처럼 한혜수의 파도에도 물결의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한 흰 선이 중복되는 게 유사하다. 사실 우키요에의 인기가 유럽의 표현주의에도 영향을 주었으니 한혜수 작가가 영감을 받았다고 해서 의아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작가는 동양화 작가라는 스스로의 아이덴티티에 부합해 동아시아의 색채와 표현기법을 응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파도는 한혜수 작가의 세계관이자 모든 이야기가 펼쳐지는 무대이다. 작게는 한 개인의 감정, 거시적으로는 인간세상이 움직이는 것을 파도에 비유했는데, 밀물과 썰물, 잔잔한 물결과 거친 풍랑의 끊임없는 반복이 완전하지 않은 인간사에 대한 적절한 메타포가 아닐 수 없다. 일렁이는 물결 사이로 보여지는 손, 새장에 갇힌 새, 촛불과 껍데기는 작가에 의해 정의된 시각언어로, 삶의 고뇌에 대한 자각과, 그에 대한 위로를 상징한다. 삶이 계속해서 불안한 파도에 흔들리지만 좌초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물 밖으로 존재를 드러내는 이야기 전개는 삶에 대한 긍정성과 적극성을 대변한다.

한혜수의 작품세계는 파도로 시작해서 수면 밖으로 드러낸 오브제로 마무리. 그 사이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묘사한, 거센 풍랑에 표류하는 갈등과 고통의 순간들로 총체적 완성을 이룬다. 동시에, 불안한 상황이지만 침몰과 파멸은 아니라는 위안과 격려를 파스텔 톤의 부드러운 색채가 암시해준다. 이 모든 메시지의 명확한 전달을 위해 한혜수 작가가 동아시아 회화의 표현법을 드라마틱하게 응용했으니 이 또한 한국화의 다양성을 한 칸 더 확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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